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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자유부인’, 춤·영상과 바람났네∼

복합장르 재탄생… 24일부터 이틀간 공연

 

뉴욕의 미니멀한 움직임과 파리의 감각적 영상이 만났다. 24,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아지드현대무용단(예술감독 정의숙)의 ‘자유부인, 2010’(사진)이 그것.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은 1954년 신문에 연재된 후 단행본으로 출간, 7만부가 팔렸던 한국 최초의 베스트셀러 소설로 1956년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을 시작으로 1969년 김지미, 1981년 윤정희, 1990년 고두심씨가 각각 주연을 맡아 영화화됐다.

 

이를 한국 현대무용 뉴욕 유학파 1세대로 도시적인 간결함 속에 쿨한 문학적 감수성이 특징인 정의숙(예술학부 무용학) 성균관대 교수가 안무하고, 심은하 주연의 ‘인터뷰’, 이은주·한석규 주연의 ‘주홍글씨’ 등을 만든 프랑스 국립영화학교(FEMIS) 출신 영화감독, 같은 학교 변혁(영상학) 교수가 영상을 맡아 무대에 올린다. 22일 오후 9시쯤 성균관대 수선관 별관 2층 무용연습실. 공연을 이틀 앞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처럼 공연하는 런스루(run through) 연습이 열렸다.

 

소설 ‘자유부인’은 대학 국문과 교수인 장태연의 정숙한 부인 오선영의 탈선기다. 선영은 동창회에 나갔다가 바깥 세상에 마음이 끌려 양품점에 취직하고 남편의 제자인 신춘호와 춤바람이 난다. 장태연도 타이피스트 박은미에게 접근하나 그녀가 결혼해 떠남으로써 헛꿈은 사라진다. 신춘호도 결혼해 미국 유학을 떠나자 오선영은 질투, 울분으로 탈선과 좌절에 빠진다. 그러나 장태연의 이해로 서로 과오를 뉘우치고 가정으로 돌아간다. 5장으로 구성된 복합무용·영상극 ‘자유부인, 2010’은 큰 줄거리는 같은 맥락이지만 오선영이 딸의 가정교사와 바람이 나는 것으로 각색됐다. 꿈같이 달콤했던 ‘신혼은 즐거워’에 이어 남편과 딸의 자유분방한 생활과 소외된 가정주부로서 호기심이 발동하는 ‘그들만의 밤’, 그리고 처음으로 달콤한 불륜에 빠지는 ‘선을 넘다’가 이어진다. 마침내 파국 ‘죄없는 자 돌을 던져라’가 격정적으로 펼쳐지고, 에필로그 ‘낙원’이 충격적 영상과 함께 조용하게 전개된다.

 

가로, 세로, 높이 2.5m인 대형 큐브 12개가 아파트, 상가, 카바레 등 다양한 무대를 구성하면서 스크린 역할을 했다. 박암·김정림 주연,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 첫 영화가 투사되며 극의 줄거리를 설명하는 1, 2장의 경우 다양한 영상이 중심을 이룬 가운데 경쾌하면서도 단순한 리듬의 반복적이고 중독성 강한, 그러면서도 관능적 춤사위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2장에서 장 교수역을 맡은 박나훈의 절도있는 격렬한 춤, 딸 황인선의 발랄하면서도 뜨거운 젊음의 춤, 또 자유부인 김준희와 가정교사 정수동의 순수한 떨림이 있으면서도 관능적인 춤 등 색깔있는 춤들의 향연이 눈길을 잡았다. 절정으로 치닫는 3장과 4장은 춤이 중심이 됐다. 나윤선씨가 재즈로 편곡해 부른 ‘고향생각’에 맞춘 3장 자유부인의 춤과 현대음악가 필립 글라스의 ‘장례’를 배경으로 한 4장의 군무는 강렬한 관능과 역동, 감성의 춤사위가 음악 및 영상과 멋지게 어울렸다. 모리스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배경으로 한 ‘낙원’은 춤과 영상이 반쯤씩 섞여 인간과 자유, 사랑 등 이 작품의 주제가 이심전심으로 전해진다.

 

변 교수는 “이번 작업은 안경을 끼고 보는 사각형 스크린의 3D영화가 아니라 실제 무대 위에 올린 ‘리얼 3D영화’”라며 “‘주홍글씨’의 주제에 ‘인터뷰’의 사람 냄새, ‘오감도’의 샹송과 ‘호모 비디오쿠스’의 필립 글라스 음악 등 그동안 나의 작업의 아이디어를 총정리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자유부인, 2010’은 복합장르 멜로드라마”라며 “장르의 조화로운 ‘만남’은 장르 간 ‘독자적 전문성의 확보’로만 가능하다. 대본, 음악, 안무와 영상 등 모든 부문에서 협업으로 진행된 이번 작업이 그 전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 조선영, 이동원, 김준기, 유보란, 전보람, 박아영씨 등. 02-760-0604

 

김승현 선임기자 h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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