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드 현대무용단 ‘자유부인, 2010’ 24일부터 무대에…
50년전 파격적 스토리 원작 소설
무용과 영상 복합장르로 재탄생
12개 큐브…무대장치도 독특
‘자유부인’은 파격이었다. 대학교수 부인의 일탈은 6·25전쟁 이후 한국사회의 퇴폐 풍조와 맞물렸다. 정의숙 성균관대 무용학과 교수가 이끄는 ‘아지드 현대무용단’은 이 이야기를 오늘로 가져와 몸짓으로 풀어낸다. ‘자유부인, 2010’은 무용과 영상의 복합 장르로 새롭게 태어난다. 1999년 창단한 아지드 현대무용단은 ‘햄릿의 연인’ ‘存(존)’ ‘붉은 영혼의 시’ 등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공연은 50년 전 이야기를 갖고 와 오늘을 묻는다. 50년 전에 비해 여성에게 훨씬 많은 자유가 주어진 것처럼 보이는 2010년. 이 시대의 ‘자유부인’이 꿈꾸는 자유는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50년대 중반 출간된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은 대학교수 부인인 선영이 권태로운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사교춤을 배우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부로 집안일밖에 모르던 그녀가 자유를 꿈꾸며 세상 밖으로 첫 발을 내디디고, 아직 세상이 용납하지 못할 일탈을 저지른다.하지만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졌던 선영은 불륜이라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남편이 용서하면서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소설은 당시 여성단체로부터 ‘여성을 모욕하고 미풍양속을 해치는’ 작품이라며 고발당한다. 하지만 7만부가 넘게 팔려나가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1956년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개봉했다. 원작 소설이 파격적인 이야기로 충격을 줬다면 ‘자유부인, 2010’은 무용과 영상의 결합으로 변화를 꾀한다.
이번 공연의 안무를 맡은 정의숙 교수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개념으로 영상과 협업을 했다”며 “영상을 활용한 무용 언어의 확장이 아니라 표현의 확장으로 영상과 무용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대에서의 영상을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서 두 장르가 독자적인 영역을 유지하면서 결합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영상은 영화 ‘인터뷰’ ‘주홍글씨’를 감독한 변혁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여성문제와 인간의 죄의식에 관심을 보여온 변혁 감독과 정의숙 교수는 원작을 토대로 각본작업부터 함께했다. 영상엔 음악과 함께 무용수가 등장하고 일반인이 결혼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는 인터뷰도 포함돼 있다. 영상과 무대는 무용수가 문을 열고 나가는 장면이 무대와 이어지면서 무대로 등장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영상뿐 아니라 무대장치도 독특하다. 무대는 2.5m 길이와 높이로 이뤄진 큐브 12개와 무용수만으로 채워져 현대로 옮겨온 시대적인 이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큐브는 2개가 겹쳐져 2층으로 만들어지면서 5m 높이의 상자가 늘어선 모습이 완성된다.
정 교수는 “이 큐브가 이동하면서 아파트도 되고 여고생 딸이 일탈하는 장소로도 변한다”며 “같은 이야기를 가져가면서도 새로운 각도로 접근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자유부인, 2010’은 24일과 25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
2013년 9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