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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오 배기자의 지상트위터] 씨네마틱 퍼포먼스 ‘자유부인 2012’ 변혁 감독

ㆍ영화와 무용 접목 새 퍼포먼스ㆍ공연 같은 영화 영화같은 공연으로

씨네마틱 퍼포먼스 〈자유부인 2012〉. 변혁 감독(46)이 영화와 무용을 접목해 만든 새로운 장르의 작품이다. 영화와 무용이 제각기, 그리고 한 데 어울어져 남다른 감흥을 자아낸다. 변혁 감독은 “영화의 역사는 현실성 획득의 역사”라며 “앞으로 씨네마틱 퍼포먼스 같이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들이 예술사의 가까운 미래를 책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혁 감독의 영화 만들기.

무대 오른쪽 상단 한 켠에서 신혼 부부의 아침 일상이 영상으로 소개된다. 극중의 남편이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와 무대에 선다. 그가 선 곳은 실제 무대이다. 이 무대에서 영화 속 인물들의 다양한 춤 공연이 펼쳐진다. 출연진이 이처럼 스크린과 무대를 넘나든다. 공연 도중 고 한형모 감독의 영화 <자유부인>(1956)도 상영된다.

영화(2D)와 무용(3D), 두 장르의 동거동락(同居同樂). 변혁 감독(성균관대 영상학과장)은 2010년 복합장르 멜로드라마 <자유부인 2010>을 선보였다. 씨네마틱 퍼포먼스 <자유부인 2012>은 이 작품의 새 버전이다. 오는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변 감독이 각본·연출, 정의숙 단장(아지드현대무용단)이 안무를 맡았다.

 

-우선 ‘씨네마틱 퍼포먼스’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공연 같은 영화, 영화 같은 공연을 뜻해요. 무대로의 확장을 꾀한 영화죠. 공연만의 현재성과 동시성을 영화 언어의 환상·초월성과 접목했다고 할까요. 영상언어와 몸의 언어를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극장(공연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네요.

“씨네마틱 퍼포먼스의 목표가 바로 그 점이에요. 영화는 현실을 재현할 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발전해 왔죠.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흑백에서 컬러로, 이제는 3D·4D 등등…. 씨네마틱 퍼포먼스는 그 궤도상에 있어요. 무대에서 상영·공연되는, 안경 안 쓰고 보는 입체영화예요. 극장에서 봐야지 제 맛을 음미할 수 있어요.”

 

-무대도 여러 각도에서 보여줍니다.

“이제까지 공연에서 관객은 무대 정면만 바라봤죠. 씨네마틱 퍼포먼스에서는 여러 각도의 카메라 시점과 다양한 크기의 영상을 통해 무용수들의 머리 위도 내려다 볼 수 있어요. 갖가지 표정과 미세한 떨림, 손동작과 손가락의 미묘한 변화도 볼 수 있고. 뿐만 아니라 공연의 이야기 구조도 영화의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어요. 춤의 접근성이 높아져 극적인 재미를 더욱 느낄 수 있죠.”

 

-왜 춤을 택했는지요.

“춤은 말(대사)이 필요하지 않아요. 만국 공통이죠. 글로벌 콘텐츠를 만드는 데 가장 주효한 장르예요. 초기 무성영화의 연장선에 있고, 회화나 설치미술 등 현대예술에 영상이 접목되는 경향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는데요, 정적인 조형예술에서보다는 동적인 무대예술에서 그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고 봅니다.”

 

-그럼 영화로 <자유부인>(1956)을 선택한 이유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주제를 지녔어요. 대사가 없어도 공유할 수 있는. <자유부인>은 춤바람을 통해 자유와 사랑을  다뤘는데 <자유부인 2012>에서는 자아 실현을 그릴 거에요. 양장점에서 일하는 원작의 주인공이 이번 영화에서는 패션계의 커리어우먼이에요. 영화팀이 찍은 패션쇼 기획 장면 등이 나오고 무대에서는 모델 한혜진 등이 나와 패션쇼를 보여줘요. 원로배우 박정자 선생이 내레이션을 맡았고, 막바지에 나이먹은 ‘자유부인’으로 무대에 등장해요. 춤도 추시고.”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초기에 ‘왜 영화 하다가 딴 짓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마다 ‘이게 얼마나 영화적이냐’고 생각했어요. 춤과 영상의 조율·조화도 안무팀과 기획의도를 근간으로 작품의 지향성에 대한 공감의 폭을 넓히면서 풀어낼 수 있었고요.”

 

<자유뷰인 2010> 공연 장면

변 감독은 <자유부인 2010>에 이어 지난해 복합장르공연 <윤이상을 만나다>를 내놓았다. <윤이상을 만나다>는 고 윤이상 선생의 인터뷰 필름과 음악, 그리고 무용을 엮었다. 변 감독은 <윤이상을 만나다>에 대해 “다큐멘터리의 무대화를 꾀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대한민국무용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았다. 무용계의 오스카 상으로 불리는 세계무용대전(Benois de la Dance)에 노미네이션되어 오는 5월 러시아 볼쇼이 국립극장에서 초청공연된다.

-〈70mk〉(70 million Koreans)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7000만 한국인>이라는 초대형 인터뷰 프로젝트예요. 거대한 한국인의 지형도를 그릴 거예요. 프랑스의 다큐멘터리계 거장이자 항공 사진작가인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은 전 지구적 인터뷰 프로젝트 <70억의 다른 사람들>이라는 〈7bo〉(7 billion Others)를 진행하고 있어요. 사업을 주도하는 굿플래닛재단과 업무협약서를 체결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했지요. 여성·환경·교육·기아 등을 주제로 인터뷰들을 하고 있어요. 2~3년 안에 전시 형태로 소개되길 희망하지만 솔직히 몇 년이 걸릴는지 아직 예상할 수 없습니다.”

 

-극영화 연출 계획은 없나요.

“학교에 있다는 핑계로 게을렀었나 봅니다. 올해가 안식년이에요. <자유부인 2012> 공연 마치고 러시아에 다녀온 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려고 해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BPP에서 지원받은 프로젝트를 포함해 몇 개 기획이 모두 합작영화예요.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서래마을 영아 유기사건을 다룬 <아기꽃>(가제)이에요. 지난해에야 재판이 끝나서 이제 본격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프랑스와 합작으로.”

변혁 감독은 뉴미디어 시대의 복합콘텐츠의 연구를 위해 인물·예술·공학이 함께하는 트랜스미디어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변 감독은 “장르간 교류·융합(트랜스 미디어)은 앞으로 더욱 다양해지고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유부인>과 <윤이상을 만나다> 등 시리즈로 만들어 레퍼토리화하고 있는 콘텐츠들이 ‘드라마를 근간으로 하는 총체극의 전범’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변혁 감독의 ‘장르 허물기, 다시 쌓기’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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